과거 유신정권시절이던 1967년, 미니스커트를 입고 당당하게 미국에서 귀국한 윤복희로 인해 큰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윤복희 사건(?)’의 주범이던 윤씨는 ‘대한민국 미니스커트 1호’라는 별칭을 얻었으며, 그 파장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미니스커트 열풍이 불었습니다. 미니스커트의 유행과 더불어 치마길이를 단속하는 이색적인 광경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무릎 위 15㎝ 이상은 처벌의 대상이 되었으며, 눈금자를 들고 단속하는 경찰들의 모습은 해외 뉴스토픽이 되기도 했습니다. 짧은치마에 대한 단속이 계속 되자 의상디자이너들은 스커트 밑단에 살색 옷감을 덧댄 이색적인 패션을 창조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뒤 1971년에는 럭키화학에서 만든 인조 가죽으로 미니스커트보다 짧은 핫팬츠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이렇게 짧은 치마가 유행하거나, 여름 바닷가에 가야만 볼 수 있던 모습들을 최근에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여성들에게 노출은 계절이 따로 없습니다. 한겨울에도 짧은 미니스커트는 물론 수영장, 헬스클럽 등에서 몸매를 뽐내는 일은 다반사가 됐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피부미용에 관심을 갖게 되고, 노출로 인해 드러나는 체모에 신경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된 듯합니다. 이 같은 현상에 제모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제모도구나 시술방법은 다양해져 갔습니다. 여성 전용 면도기가 등장하고, 제모크림이나 왁스가 대중화 되면서 손쉽게 제모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가 제모는 번거로우며, 피부자극을 일으키는 사례가 많았기에 큰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영구제모 시술 방법으로는 전기침을 이용해 모근을 파괴하는 외과적 요법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수천 개나 되는 털구멍에 바늘을 하나하나 찔러 모근을 태워 가는 것이기 때문에 1년에서 2년이라는 긴 시간과 많은 비용, 특히 심한 통증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997년경 의료용 레이저를 이용한 제모 시술이 등장하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레이저의 파장은 털을 생산하는 모낭의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에 반응합니다. 따라서 검은 색깔에만 효과적으로 흡수되는 레이저를 피부에 쏘면 검은색의 모낭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제모 시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